[SXSW] 인간의 정체성을 묻다

SXSW 인터액티브 리뷰: 인공지능과 인간

이연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8.03.28 1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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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세션 "고대 우주에서 나타난 생명"을 주재하는 하버드 신학대의 루카스 믹스 교수와 NASA의 제니퍼 와이즈먼ⓒ뉴데일리비즈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들에게 새로운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고대부터 인류는 자신들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는 점을 자각하고 그 차이를 종교를 통해 구하려 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영적 존재라는 것이다. 근대에는 인문주의가 탄생하며 인간의 특징을 ‘이성 – 혹은 지성’에서 찾았다. 올해 SXSW 인터액티브에서도 인간의 정체성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묻는 세션들이 다수 진행되었다. 

지성, 인간의 고유 능력인가 

AI(인공지능) 시대로 진입하며 인류는 지성을 기계와 공유하게 됐다. 이제 지성은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흔히 인간의 자아는 역사적으로 세 번 큰 위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우리가 사는 곳이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보였으며, 다윈의 진화설은 우리가 신이 많은 고귀한 존재가 아닌 좀 발전한 동물에 지나지 않았음을, 프로이드는 우리의 ‘고귀한 줄 알았던’ 욕망과 번뇌가 사실은 모두 성적인 히스테리에서 비롯됐음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 세 번에 걸친 자아의 위기는 모두 인간의 이성과 지성을 통해 밝혀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이성과 지성으로 개발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훨씬 집중해서 운전하며, 다른 짓도 하지 않고,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주의가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인공지능은 인간만이 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어왔던 창작 영역에도 진출했다. 신문기사를 작성하는가 하면, 광고카피를 쓴다. IBM의 왓슨은 그림을 그리고, 구글의 알파고는 바둑을 둔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앞서는 특이점이 도래한 이후에도 인간의 고유성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vs 인간지성 

올해 SXSW의 한 세션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인공지능보다 더 발전시킬 가능성이 대두됐다. 3월 11일 “뇌를 해킹하라: 신경향상의 힘(Hacking the Brain: The Power of Neuroenhancement)”라는 세션에서는 뇌에 컴퓨터를 이식해 인지능력과 운동능력, 기분을 조절하는 기술이 어디까지 왔으며, 그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본래 장애인들을 위해 시작된 이 기술이 상업적 목적으로 정상인들에게도 제공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대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를 위협하고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3월 14일의 “인공지능이 크리에이티비티의 미래를 바꿀 것인가?(Will AI Change the Future of Creativity?)”, 3월 15일 “예술, 신경과학, 그리고 법률 분야에서 보이는 인공지능의 크리에이티비티(AI Creativity in Art, Neuroscience, and the Law)”와 같은 세션들은 인공지능이 예술을 망라한 모든 분야에서 어떻게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대체하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크리에이티비티는 인간의 전유물인가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가 인공지능의 크리에이티비티와 공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3월 13일 “음향 DNA: 기술은 어떻게 크리에이티비티를 북돋우는가(Sonic DNA: How Technology Fuels Creativity)”에서는 인간의 특정 감정을 불러일으키려면 어떤 음조가 필요한지 알아내는 알고리즘의 개발과 응용 현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3월 14일의 “합성 크리에이티비티: 인공지능이 예술을 대신할 때(Synthetic Creativity: When AI Takes Over the Arts)” 시간의 경우엔 인동지능과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와 합해지는 경우 전례 없는 규모의 크리에이티비티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아무래도 상업적 이익이 중요한 광고 및 마케팅 업계는 인공지능의 크리에이티비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겟 오디언스에 대한 인사이트와 행동에 관한 데이터를 이용해 마케팅과 광고비를 극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10일 있었던 “예술의 공격: 새로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데이터(Art Attack: Data as the New Creative Director)” 시간에는 오토메이션을 이용해 실시간 데이터를 얻음으로써 크리에이티브 절차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마케팅-광고업계의 현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아직 인공지능이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능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SXSW의 공식 책 사인회였던 ‘도망가는 종: 크리에이티비티는 세상을 어떻게 다시 만드는가(The Runway Species: How Creativity Remakes the World)”에서는 같은 제하 책의 공동저자인 예술 전공의 앤서니 브랜트(Anthony Brandt)와 신경과학자인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바로 전두엽”이라며 인간의 전두엽에서 일어나는 시간측정과 언어구사 능력이 어떻게 크리에이티비티의 근원인지 이야기했다. 

두 저자는 인간 크리에이티브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이 과학과 예술 분야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이야기했다. 이 두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은 생생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예술과 과학사에서 수많은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인간은 역사라는 크리에이티비티의 보고(寶庫)에서 무한한 아이디어를 꺼내 구부리고, 쪼개고, 섞어서 새로운 보물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이들의 프리젠테이션은 ‘아직까지’ 진정한 크리에이티비티는 인간의 뇌, 특히 대뇌피질 중에서도 전두엽을 근원으로 한다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언제까지나 인간의 노예로 살아줄까? 3월 13일 세션 “인공지능이 늘어나는 인구를 먹일 것이다(AI Will Help Feed a Growing Planet)”를 통해 인공지능 농작에 대해 이야기했던 카네기 멜런 대학 교수 조지 캔터(George Kantor)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인공지능이 다섯 가지 도구로 이뤄진 상자라고 말했다. 단순작업을 하는 자동화 운동성, 감지(sensing), 인지(perception), 그리고 DNN(Deep Learning Network) 트레이닝을 통해 학습해가는 신경망(neural network), 그리고 검색이라는 도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DNN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처음 컴퓨터가 상용화될 때까지만 해도 DNN은 그 속도제한으로 인해 아예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됐다. 그러나 불과 50년도 되지 않아 하드웨어는 어지럽도록 놀라운 속도로 개발돼왔다. 퀀텀 컴퓨팅이 상용된다면, 우리 뇌에서 일어나던 그 모든 복잡한 과정들을 인공지능이 모두 흉내 낼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은 실수도, 건망증도, 주의력결핍도 없다. 특이점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 단점투성이인 우리 인간들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인공지능 시대 이후에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고유한 아이텐티티는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하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이런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인지, 올해 SXSW 인터액티브에서는 심지어 우주와 종교까지 등장했다. AAAS(미국 과학진보 협회)와 나사(NASA), 그리고 하버드대학 신학교수가 참가한 세션 “고대 우주에서 발생한 생명(Life Emerging in an Ancient Universe)”에서는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주제를 다뤘다. 전파 망원경 등 기술발전으로 인간의 시야가 넓어지면서, 인류는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어떤 존재인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시간 하버드 신학대학의 루카스 믹스(Lucas Mix) 박사는 질문했다. 과연 우리는 이 우주에 혼자인가? 혼자가 아니라면, 혹은 혼자라면 그것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얼마나 특별한가? 올해 SXSW 인터액티브는 단순히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자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술진보가 인간에게 던지는 숙제는 생각보다 무겁고,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준 자리였다. 

SXSW 인터액티브의 세션이나 전시 대부분에서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모두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인간에게는 이미 인터넷과 컴퓨터라는 보조장치가 있기 때문에, 원할 때 언제든 필요한 부문만 발췌해 꺼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SXSW 인터액티브가 시야를 넓히고 정보를 교환하는데 각별한 것은,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이해하기 힘든, 인간 고유의 방식으로 영감과 통찰을 교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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