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드스타 태양을 공전하다

[크리에이티브 산책] 사상 최대 마케팅 스턴트인가 우주시대 콩퀴스타도르인가

이연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8.02.09 20: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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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캡처 화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핫’한 차가 화성과 소행성 사이 궤도를 소행성처럼 돌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2월 6일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 회장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설립한 스페이스엑스(SpaceX)가 팔콘 헤비(Falcon Heavy)를 발사했다. 여기 실린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로드스터는 화성보다 조금 먼 궤도에서 소행성처럼 태양 주변을 공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주공간에서 테슬라 로드스타가 얼마나 오래 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설사 파괴된다고 해도 오늘날 가장 ‘핫’한 차에게 걸맞은 장례식 같긴 하다. 

테슬라 로드스타는 우주에 진출한 최초의 자동차이긴 해도, 최초의 전기차는 아니다. 19세기 말 칼 벤츠(Karl Benz)가 오늘날 자동차 내연기관의 원형을 발명할 무렵부터 이미 전기차에 대한 구상과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연기관 연구에 더 투자하고, 덕분에 자동차 엔진의 주류를 이뤄왔을 뿐이다. 

사람들은 어째서 전기차 투자를 외면했을까? 초기에는 기술적인 제약도 많았을 것이다. 화석연료가 전기생산의 주류를 이루는 시절에는 굳이 전기로 변환시킨 후 다시 충전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릴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기술은 늘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선별적으로 발전해왔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세기 큰 좌절과 고통을 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남성들을 간접적으로 거세시켰다. 총기, 포와 같은 장거리무기나 폭격기 앞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모두 나약한 존재임이 증명됐다. 고국에서 군수물자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살아 돌아간 남성들에게 정치-사회적인 평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투도 사냥도 강간도 금지된 '문명화된' 사회에서 더 이상 테스토스테론을 연소시킬 수 없던 현대남성들은 대신 자동차 내연기관 실린더로 석유를 태우기 시작한 것 같다. 

사냥감을 얼마나 빨리 쫓아가 잡을 수 있는지 자랑할 일이 없게 된 남성들 – 아무리 독자가 항의한다 해도 남자가 다수였던 건 사실이다 – 은 자기 차의 제로백이 얼마나 짧은지 자랑했다. 더 이상은 삼국지의 장비마냥 육식과 음주로 힘과 남성성을 과시할 수 없게 되자 자기 차가 기름을 얼마나 많이 먹는지 자랑스레 떠벌렸다. 중세시대 노련한 용병이 몸값을 자랑하듯, 자동차 엠블럼을 통해 자동차의 가격을 드러냈다. 

시대는 또 다시 바뀌었다. 남성성은 예전처럼 숭배 받지 못하고, 화석연료의 과소비는 부도덕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내연기관 실린더 속에 비밀스레 남성성을 폭죽처럼 터뜨리던 현대인들은 ‘머슬카(muscle car)’를 버리고 친환경 자동차로 갈아타야 한다. 

그러나 20만년 동안 누려오던 수컷의 본능을 억누르기엔 인간은 너무나 동물적이다. 이 때 나타난 테슬라는 강한 것을 숭배하는 인류에게 매우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다. 테슬라는 강하고 빠르고 비싸다. ‘과식’을 제외하면, 과거부터 남성성이라고 여겨오던 특성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 

테슬라가 그저 남성성을 발현할 기회를 줬기 때문에 성공한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인류는 바퀴를 발명하고 말에 오르며 혁명적으로 발전했다.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은 각각 근대 기계공업의 분수령을 이뤘다. 그런데 동물과 내연기관에겐 물리적인 공통점이 있다. 동물의 몸이 포도당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발생시키듯, 자동차의 내연기관도 석유를 태워서 그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주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는 많이 다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발전소에서는 기계적인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지만, 이제 인류는 빛에너지를 직접 전기로 바꿀 능력을 갖췄다. 그렇게 발생한 전기는 마치 고대인의 ‘에테르’라는 개념처럼 인간의 감각으로는 실체를 확인하기 힘든 현상이다. 감전사할 위험을 감수하고 촉각으로 확인하겠다면야 말릴 도리가 없지만 말이다. 우리의 의식도 전기신호로 인해 작동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테슬라의 동력은 ‘염력(念力)’과 다를 바 없다. 테슬라라는 이름부터가 ‘자기장 세기’와 분간도 어려운 ‘자기선속밀도’의 단위 이름에서 온 것이다. 일반인에게 전자기학이란 염력이나 마법과 다를 바가 없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자. 

그 값비싼 마법의 차를 실은 팔콘 헤비는 거의 3,000 배럴에 달하는 석유를 태우고 우주로 날아올랐다. 미국에서 차 한 대가 일년 평균 22배럴을 소모한다는 통계와 비교하면 얼마나 막대한 양인지 알 수 있다. 일론 머스크 본인도 ‘자칫하면 비싼 불꽃놀이’가 될 수 있다고 발사 전에 고백했다.  광고 전문지들은 ‘매체비 한 푼도 안 들인 거대 마케팅 스턴트’라고 평가했다. 슈퍼볼로 떠들썩한 열기가 가라앉고 며칠 후, 동계 올림픽이 시작되기 며칠 전이라는 기막힌 타이밍 역시 그런 ‘의혹’을 증폭시키기 충분하다. 

▲유튜브 캡처 화면



테슬라 로드스터 대신 관측기기를 화성궤도에 얹었더라면 전세계 수많은 천문학자들의 영웅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몰던 테슬라 로드스타에 얼마 전 작고한 ‘스타맨(Starman)’ 데이비드 보위처럼 꾸민 마네킹을 앉혀서 내보냈다. 그 어떤 억만장자도 생각하지 못한 호사스러운 폐차 방식이다. 그러나 그는 혹시 영역표시를 한 게 아닐까? 사람들이 명산 바위에 자기 이름을 새기고 동물들이 자신의 배설물로 영역표시를 하듯, 자기 체취가 남은 차를 우주 한 가운데 보냄으로써, ‘이 구역’에서 제일 잘 나가는 건 바로 그 자신 일론 머스크와 그의 회사 테슬라라고 표시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민간 우주항공 시대는 이미 8, 90년대에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민간 우주항공은 인공위성 발사 등 주로 실용적인데만 초점을 둬왔다. 팔콘 헤비는 실용성이나 수익보다는 보다 큰 영토와 영역을 차지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망에 초점이 맞춰졌다. 소시민은 큰 마음 먹고 난생 처음 찾아간 만리장성에 “김 아무개 왔다 가다”라고 낙서하지만, 광개토왕은 비를 세워 영토를 자랑한다. 미국의 나사(NASA)는 보이저 호에 인간의 존재를 과시하는 골드 레코드를 실었다. 팔콘 헤비는 화성 궤도에 테슬라 로드스타를 날려 인간의 흔적, 테슬라라는 브랜드의 흔적을 남긴다. 

이런 맥락에서, 이 ‘마케팅 스턴트’는 15세기 중국 명나라 환관으로 실세를 쥐고 있던 정화(鄭和, 정허)의 대규모 함대를 연상시킨다. 주로 상선들로 이뤄졌던 정하의 함대는 콜럼버스보다 몇 십 년 전 먼저 미대륙을 발견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당장 별다른 실질적 이익을 거두지 못하자 ‘중국 밖에는 아무런 쓸데 있는 것이 없다’며 쇄국정책을 주장하던 다른 관리들이 모함했고, 결국 그의 거대한 함대는 하루 아침에 불태워지고 만다. 이 함대는 본래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상 동쪽에 얼마나 ‘위대한’ 나라가 있는지 알리고 전세계 나라들에게 조공을 요구하기 위해 구축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영역표시’가 근본적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런 식의 동물적이고 원초적으로 보이는 ‘영역표시’는 항상 역사를 크게 바꿔왔다. 이탈리아 제노아 출신의 용병 모험가 콜럼버스가 목숨을 걸고 찾아낸 신대륙엔 향신료도 보석도 없었지만, 그를 후원했던 스페인은 이내 당시 전 세계경제를 흔들어놓을 만큼 막대한 은을 보고타에서 찾아냈다. 신대륙과 태평양 전역을 돌아다니며 깃발을 꽂은 유럽 여러 나라들의 언어와 문화는 이국에서 문화적 밈(meme)으로 복제되고 재생산됐다. 징기스칸이 유라시아 전역을 유린하며 자신의 유전자를 무수히 남긴 것처럼, 유럽 출신의 항해가들은 전세계를 돌며 자신들의 문화적 유전자 밈을 흩뿌렸다. 물론 육신의 유전자도 적지 않게 남겼지만.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서 권력과 부를 거머쥔 알파메일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육신의 차원을 너머 추상적인 개념으로 번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유튜브로 본 테슬라 로드스타 계기판에는 ‘겁먹지 마(Don’t Panic)’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영국작가 더글라스 애덤스(Douglas Adams)의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Galaxy)”라는 명랑엽기SF 소설에 대한 오마주다. 천문학적으로 비싼 장난감일 수도 있는 팔콘 헤비에 적합한 슬로건이다. 땅 위에서 페로몬을 흩뿌리며 패권을 자랑하던 인간이 페로몬 대신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흩뿌리더니, 급기야 우주까지 진출했다. 인류가 멸망한 후, 새로운 지적생명체가 테슬라의 흔적을 발견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일런 머스크가 이 ‘마케팅 스턴트’로 당장 얼마나 이익을 볼 지는 알 수 없다. 지구를 침략하려던 우주인이 테슬라를 보고 지구의 지적생명체에 겁 먹어 침공계획을 취소할 리도 만무하다. 그러나 그의 대담하고 무모한 꿈의 실현이 지구인들을 고무시켜, 우리의 동물적 본능을 예술과 기술, 그리고 문화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특히 좁은 땅덩어리에서 아옹다옹 ‘우리 민족끼리’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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